관계

2013. 11. 14. 20:20 from 카테고리 없음

정말 변하지 않을 것 같은 관계도 변한다.

 

가족보다 더 가족처럼 지냈던 친구도 따로 살면서 연락도 잘 안하게 되고 오랜만에 만나도 유쾌하거나 반갑지 않았다.

내 인간관계에서 유일하게 모난 성격의 친구와는 더 가까워지지 않겠구나 했는데도 누구에게도 말 못할 속내를 보이게 되었다. 

퇴근하고 쓰러질 것 같은 상태에서도 꼭 보고 싶은 사람들과는 더이상 이벤트가 없으면 연락하지 않는다.

 

내가 바뀐 건지 상황이 바뀐 건지 그들이 바뀐 건지 잘 모르겠다.

 

나는 생각하고 계산하고 그렇게 사람을 만나는 건 아닌데

나도 모르게 마음이 변하나보다.

이젠 오히려 변하지 않는 것이 더 두려울 것이다.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친근해졌던 만큼 멀어지기도 하고 멀었던 만큼 다시 가까워지기도 하는 관계가 이상적이라는 생각이 든다.

 

어릴 때 높은 책장 가득 소설 책이 꽂혀 있었다.

제일 기억에 남는 책이 '길 없는 길'. 표지가 은은하게 파스텔 색이었던 것 같은데 참 촌스럽고 별볼일 없는 책이라고 생각했다.

엄마는 종교 때문에 그 책을 읽게 된 걸까. 이제 와서 '상도'를 읽으며 '무엇'을 배우고자 하는 내가 같은 작가의 '길 없는 길'이 눈에 띄는 게 우연인가. 인연일까.

 

엄마는 내 인생 곳곳에 스며 있다. 아직 엄마와 함께 살았던 시간이 더 많아서 무엇을 하든 무엇을 배우든 무엇을 결정하든 엄마와 함께 했던, 엄마가 이끌어 주었던 것들이 절대적이다. 만약 엄마와 살았던 시간보다 더 많은 인생을 보내게 되는 시점에 나는 다른 것에 이끌려 다닐 것인가. 사람의 인생이 100이라면 나는 90을 이미 결정하고 사는 것 같은 느낌이다. 남은 내 인생은 고작 10이라서 많은 시간을 보내더라도 결국 90의 시간을 보낼 것이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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